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정말 정신없이 계약서가 쌓입니다. 투자 계약, 임대차 계약, 용역 계약… 그런데 계약서 마지막 장에 항상 고민이 되죠. “이건 법인인감을 찍어야 하나?”, “그냥 사용인감으로 되나?”, “서명만 해도 되나?”
사실 이 질문은 스타트업 자문을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잘못된 도장을 사용하면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되고, 그렇다고 모든 계약에 법인인감을 고집하자니 비즈니스 속도가 너무 느려지니까요. 오늘은 이 딜레마를 명쾌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
법인인감 vs. 사용인감, 핵심 차이점 짚어보기 🤔
가장 기본부터 시작하죠. 법인인감과 사용인감은 태생부터 다릅니다. 비유하자면, 법인인감(法人印鑑)은 회사의 ‘여권’입니다. 법인 설립 시 등기소라는 정부 기관에 공식적으로 등록(신고)하는 도장으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증명합니다.
M&A, 대규모 투자 유치, 부동산 매각처럼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계약에는 이 ‘여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여권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신분증’ 격인 ‘인감증명서’가 반드시 함께 사용되어야 하죠.
반면 사용인감(使用印鑑)은 회사의 ‘사원증’과 비슷합니다. 등기소에 등록하지 않고 회사 내부적으로 “일상 업무에 이 도장을 쓰겠다”고 정한 도장입니다. 일반 거래 계약, 견적서, 공문서 발송 등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에 활용되죠. 매번 대표이사가 직접 ‘여권(법인인감)’을 꺼내지 않아도 되니 업무 효율이 확 올라갑니다.
실무의 핵심, ‘사용인감계’라는 다리
그럼 사용인감은 법인인감보다 법적 효력이 무조건 약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사용인감계(使用印鑑屆)’라는 실무의 다리가 등장합니다.
사용인감계는 특정 거래처와 “앞으로 우리 회사는 이 ‘사원증(사용인감)’을 ‘여권(법인인감)’처럼 사용할 테니, 그렇게 인정해달라”고 약속하는 공식 문서입니다. 법인인감과 사용인감을 나란히 찍어 제출하죠. 이렇게 한번 등록해두면, 해당 거래처와의 모든 계약에서는 사용인감만 찍어도 법인인감을 찍은 것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 제도를 놓칩니다! 핵심 고객사나 매일 거래하는 제조사와 기본공급계약(MSA)을 체결할 때, 딱 한 번만 ‘사용인감계’를 함께 제출하세요. 그 이후 발생하는 수많은 발주서, 확인서를 모두 사용인감으로 처리할 수 있어 대표님의 결재 부담과 계약 속도가 극적으로 개선됩니다.
‘그냥 서명’의 놀라운 법적 효력 ✍️
많은 대표님들이 도장보다 ‘서명(Sign)’이 왠지 덜 공식적이라고 오해하십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볼 때, 본인의 고유한 필체가 드러나는 서명(서명날인)은 어설픈 도장보다 훨씬 강력한 인증 수단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도장집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막도장’과 달리, 한 사람의 고유한 필적과 압력을 위조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필적 감정’은 법원에서 매우 신뢰도 높은 본인 확인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인감증명서를 대체하는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더 놀라운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본인서명사실확인서’입니다. 가까운 주민센터에 방문해 본인의 서명을 딱 한 번만 등록해두면, 그 이후로는 ‘인감증명서’와 100%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인감도장을 잃어버릴 염려도, 매번 도장을 챙겨 다닐 필요도 없죠. 심지어 2024년부터는 발급 수수료도 무료가 되었습니다. 해외 거래가 잦거나 디지털 업무 환경을 선호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서명 등록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법인인감’이나 ‘등록된 서명’과 달리, 누구나 파서 쓸 수 있는 ‘막도장’(예: 목도장)은 계약서에 찍더라도 법적인 본인 증명력은 거의 없습니다. 계약의 형식적 완결을 위한 것일 뿐, “이 도장을 찍은 사람이 정말 대표이사 본인인가?”에 대한 증명은 오직 서명이나 인감증명/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인감/서명 전략 🚀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지금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제가 자문하는 스타트업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현실적인 전략을 표로 정리해 봤습니다.
| 성장 단계 | 핵심 과제 | 추천 전략 | 실무 팁 |
|---|---|---|---|
| 창업 초기 (Seed) | 투자유치, 사무실 임차 | 법인인감 (필수) + 사용인감 (일상용) | 법인인감은 대표가 직접 관리하고, 일상적 지출결의나 단순 확인서는 사용인감으로 위임하세요. |
| 본격 성장 (Series A/B) | 파트너사 계약 급증 | 사용인감계 적극 활용 | 월 수십 건씩 발생하는 주요 제조/유통 파트너와는 MSA 체결 시 사용인감계를 반드시 등록하세요. |
| 글로벌 확장 (Global) | 해외 계약, 현지 법인 | 서명 등록 (필수) | 영문 계약서는 100% 서명입니다.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발급받아 영문 공증을 준비해두면 신뢰를 줍니다. |
| 스케일업 (Scale-up) | 계약 관리 자동화 | 전자계약 시스템 도입 | 법인인감을 디지털화/블록체인화하여 물리적 인감 관리 리스크를 없애고 계약 속도를 높이세요. |
속도와 리스크, 두 마리 토끼 잡기 ⚖️
결국 인감과 서명의 문제는 ‘어떤 게 편한가’의 기호 문제가 아닙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에 따라 ‘법적 리스크’와 ‘비즈니스 속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핵심 전략입니다.
성장이 빠를수록 대표는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해야 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여권’인 법인인감을 위임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죠. 법인인감 사고는 정말 한순간에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원증(사용인감)’과 ‘서명 등록’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권한을 안전하게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핵심 조언
지금 당장 ‘인감 관리 규정’을 만드세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A4 한 장이라도 좋습니다.
- 1. 법인인감은 누가 보관하는가? (대표이사 직관 원칙)
- 2. 어떤 계약에 법인인감을 사용하는가? (예: 1억 원 이상 계약, 부동산 계약 등)
- 3. 사용인감은 누가, 언제 사용할 수 있는가? (예: 재무팀장, 5천만 원 미만 일반 거래)
- 4. 사용인감계 체결 절차는? (법무팀 검토 후 대표 승인)
이 간단한 내부 매뉴얼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거대한 법적 사고를 막아주는 최고의 방패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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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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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호사/변리사/약사/미국 회계사(Maine)
변호사 이일형(law@lawyerli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