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이라는 긴 여정에서 ‘법인 설립’은 첫 번째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이때 많은 대표님들이 ‘정관 작성’이라는 단계를 만나게 되는데요. 사실 많은 분들이 이 과정을 다소 가볍게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표준 정관 샘플에 회사 이름만 바꿔서 제출하려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거든요.
하지만 정관은 단순한 서류 한 장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회사의 ‘헌법’이자, 앞으로의 모든 경영 활동, 투자 유치, 지배구조 설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문서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처럼 빠른 성장과 변화, 그리고 외부 투자가 필수적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오늘은 법인 설립 시 정관 작성을 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꼭 담아야 하는지 실무적인 관점에서 꼼꼼하게 짚어드리겠습니다! 😊
하나라도 빠지면 설립 불가! ‘절대적 기재사항’ 8가지 📊
먼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우리 상법 제289조에서는 주식회사 정관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8가지 항목을 정해두었습니다. 이를 ‘절대적 기재사항’이라고 하는데요. 만약 이 중 단 하나라도 누락되면 어떻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그 정관은 법적으로 ‘무효’가 되며, 당연히 법인 설립 등기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 목적: 우리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는 부분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처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여러 목적을 미리 넣어두는 것이 좋은데요. 다만, 너무 많으면(예: 30개 이상) 회사의 정체성이 모호해 보일 수 있으니, 실무적으로는 10~15개 이내로 정리하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 상호: 바로 회사 이름이죠. 상호는 관할 등기소 내에 동일한 상호가 있는지, 동일 업종에 혼동을 줄 수 있는 유사 상호가 있는지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 수권주식총수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 회사가 장래에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량의 상한선입니다. 이걸 너무 적게 설정하면 나중에 투자 유치나 증자를 할 때마다 정관 변경(주주총회 특별결의)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보통 설립 시 발행하는 주식 수의 10~20배 정도로 여유 있게 설정합니다. (예: 설립 시 1만 주 발행 시 10만~20만 주)
- 1주의 금액: 액면주식을 발행할 경우, 1주당 얼마짜리 주식인지 정하는 것입니다. 최소 100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자본금 구성의 유연성을 위해 1주의 금액이 없는 ‘무액면주식’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 설립 시에 발행하는 주식의 총수: 법인 설립 시점에 실제로 발행하는 주식 수량입니다. (예: 1주 100원짜리 주식을 100,000주 발행한다면, 자본금은 1,000만 원이 됩니다.)
- 본점의 소재지
- 공고 방법: 법령상 회사가 주주들에게 알려야 할 사항(결산 공고 등)을 어떤 방식으로 알릴지 정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일간신문을 지정했지만, 최근에는 비용 절감과 편의성을 위해 ‘회사의 홈페이지에 공고한다’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발기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법인 설립을 처음 추진하는 사람들, 즉 발기인의 인적 사항입니다.
이 8가지 항목은 정관 작성의 뼈대일 뿐만 아니라, 법인 등기부등본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핵심 정보입니다. 나중에 이 내용을 바꾸려면 모두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변경 등기’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스타트업 맞춤 설계! ‘상대적 기재사항’ 🚀
자, 절대적 기재사항 8가지만 채워 넣으면 법적으로 유효한 정관이 완성됩니다. “그럼 끝난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바로 ‘상대적 기재사항’ 때문이죠.
상대적 기재사항이란, 정관에 기재해야만 비로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조항들입니다. 만약 이 내용을 정관에 담지 않으면, 그냥 상법의 기본 원칙(Default Rule)이 적용되어버리죠. 즉, 우리 회사의 특수한 필요나 전략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상대적 기재사항은 단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근거’입니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핵심 멤버들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필수 무기잖아요? 하지만 정관에 부여 대상, 수량, 행사 조건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으면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없습니다.
‘종류주식 발행 근거’ 역시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투자 유치 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같은 종류주식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창업자의 지배권을 유지하게 해주는 핵심 수단입니다. 이런 특별한 주식을 발행하려면, 그 주식의 종류, 내용(상환 조건, 전환 비율 등), 수량을 반드시 정관에 명시해야 합니다.
표준 정관 샘플에는 종류주식 발행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엔젤 투자는 어찌어찌 넘어가도, VC로부터 시리즈 A 이상의 투자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설립 단계에서 꼭 챙겨야 합니다.
‘주식의 양도 제한’ 조항도 초기 스타트업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제3자에게 자유롭게 양도하는 것을 제한하고, 반드시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인데요. 초기 멤버 간의 동의 없는 지분 매각이나, 우리가 원치 않는 외부인이 갑자기 주주로 들어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막는 훌륭한 방어 장치가 됩니다.
그 외에도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근거를 미리 담아두면, 당장은 필요 없어 보여도 향후 브릿지 투자나 후속 자금 조달 시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중간배당 규정, 이사의 책임 감경 규정 등도 회사 상황에 맞게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있어도 그만? ‘임의적 기재사항’ ✍️
임의적 기재사항은 말 그대로, 위에서 말한 절대적/상대적 기재사항 외에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관에 기재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의 구체적인 소집 절차, 주주총회의 의장, 회사의 사업연도(회계연도) 같은 것들이죠.
이런 내용들은 정관에 기재하면 회사 내부적으로는 효력(자치법규로서의 효력)을 갖습니다. 다만, 그 내용이 상법 같은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면 당연히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정관, 나중에 고치면 안 되나요? (정관 변경의 어려움) ⏳
정관 작성 시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가 “일단 설립부터 하고, 필요한 건 나중에 고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합니다.
정관을 변경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매우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이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동시에 얻어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요건입니다.
창업자 혼자 주주 100%일 때는 당연히 쉽죠. 하지만 엔젤 투자자, VC 등 외부 주주가 단 1명이라도 생기는 순간부터 이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모든 주주를 설득해야 하고, 절차도 복잡해지며 비용도 증가합니다. 게다가 상호, 목적, 본점 이전 등 등기사항이 변경되면 14일 이내에 변경등기까지 마쳐야 합니다.
마무리: 첫 단추를 잘 꿰는 전략적 정관 작성 📝
따라서 법인 설립 단계에서부터 정관 작성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절대적 기재사항 8가지는 누락 없이 정확히 담고, 향후 3~5년간의 사업 계획과 투자 유치 로드맵을 고려하여 스톡옵션, 종류주식 발행 근거 등 필요한 상대적 기재사항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관은 한 번 만들고 책장에 꽂아두는 서류가 아닙니다. 회사의 성장에 따라 함께 진화하고 발전해야 하는 ‘살아있는 문서’입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다음 단계로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물어봐주세요~ 😊
자주 묻는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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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호사/변리사/약사/미국 회계사(Maine)
변호사 이일형(law@lawyerlih.com)